아주 오랜만에 조정래씨가 소설 단행본 <허수아비춤>을 출간했습니다. 대하소설 시리즈를 모두 사서 본 저에게는 단비 같은 책이었는데요, '경제 민주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주 명쾌하게 써 주셨습니다.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기업의 탈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아니,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행태를 어떻게 묵인하고 지나쳐 왔는지,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터진 태광그룹의 비자금 사건은 소설 속 상황과 너무나 닮았습니다.(공교롭게도 소설에 나오는 2개 그룹명인 '일광'과 '태봉'의 글자를 합치면 태광그룹이 됩니다) 그들은 과연 죄에 걸맞는 처벌을 받을까요? <허수아비춤>에서는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경제역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뻔뻔한 짓이 반복되는 것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접하며 "세상이 왜 이래"라며 비난하지만, 내가 가까운 사람이 삼성에 입사했다고 하면 무조건 축하해주지 않았던가요? 이런 대중들의 속성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용하는데도 우리는 "일단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습니다.

허수아비가 될 것인가, 돈 앞에서도 정정당당한 사람이 될 것인가... 선택은 역시 우리의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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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의 통과...
일자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저질러진 언론통제 시대의 컴백!

시장논리의 합리성을 믿는다?
종교가 사회의 지배논리였거나, 사회적으로 '거래'라는 행위 자체가 발달하지 못한 곳이라면 몰라도
시장이 도대체 언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했단 말인가?

그래, 어차피 시장주의자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얘기일 뿐이니 입만 아플 뿐이고...

오늘 아침에 조/중/동, 그리고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 집단은 아마도 잔치 분위기겠지.
지금 당신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자기의 밝은 미래를 그리느라 정신이 없겠지.
즐~
사표 던질 용기가 있었다면 거기서 그렇게 버티지도 않았을테니 차라리 당신의 인생을 즐~기세요.
곧 당신의 직장은 돈으로 권력을 움직이던 천박함에서 벗어나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의 정부가 될테니... 그렇게 되면 이제 당신을 '사무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딸리는 체력과 재력 때문에 별 다른 취미도 가지지도 못했던 내게
TV를 끊고 무엇인가 다른 재미를 찾도록 해줬으니 나름 이 세상이 고맙기도 한 아침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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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이나 지하철에서는 꼭 그런 분들과 마주치게 된다.
떡이나 껌을 파는 할머니, 동냥을 바라는 장애인, 심지어 시주를 바라는 스님까지.

난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심난하다.
안먹더라도 떡 하나 정도는 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난 저분들보다 힘들지는 않지만, 볼 때마다 사드릴 수는 없는데...
장애인도 아니면서 동냥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차라리 떳떳하게 일을 하시는게 낫지 않을까?
등등등

그래서인지, 10번 중 9번 정도는 지나치거나 무시하게 된다.
너무 자주 겪다보니 심난하게 만드는 상황 자체가 싫어진게다.
참 나쁜 버릇 중 하나다.

아침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사가 있다.

1.
전북대학교 앞에는 42년째 떡을 팔고 계시는 분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분이 수많은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보기)

"그 할머니 밤 되면 외제차 타고 다닌대."
"사실은 익산에 빌딩 한 채 갖고 있다던데?"

기사를 보면 더 이상 그런 오해가 없겠지만,
어려운 삶을 두고 우리가 저렇게까지 나쁜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2.
삼성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양심선언이 있었다.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삼성의 비자금이 맞을 것이라고 믿을 것 같다.

그렇다면, '떡 할머니'에 대한 오해를 거뒀듯이 '삼성'에 대한 의심도 끝내야 하는 것일까?

아~ 심난하다.
다른 상황이라도 동일한 가치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도덕적 관념이 짓누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삼성'이 '떡 할머니'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돈을 벌어 온 과정이 다르고,
그 돈을 쓴 목적이 다르고,
이런 오해가 생겼을 때 우리가 느끼는 투명함은 너무나 다르다.

지난 IMF 시절, 노조가 문제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대기업 중 한 곳인 SK가
분식회계로 처리한 돈이 1년 간 한국 내 모든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보다 더 많지 않았던가?

이명박 후보는 아마 이런 정신상태를 두고 '반기업 정서'라고 부르는 것 같다.
'떡 할머니'에 대한 오해는 그렇게 쉽게 풀리면서
'대기업'이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니 그렇게 부를만도 하겠다.

하지만, 삼성이 '떡 할머니'처럼 진실하게 살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도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대기업 관련 부정부패, 담합 기사에 심난해지고 싶지 않단 말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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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과 4년 동안이나 특허분쟁을 벌인 서오텔레콤이 결국 권리를 인정받는 판결이 나왔다. (관련 기사)

서오텔레콤 사장의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가로채기'는 사실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 듣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가 가진 특허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모 이동통신 회사와 제휴를 추진했다. 그 회사는 우리 서비스를 보고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고,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같이 해보자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문제는 그 다음 미팅이었다. 갑자기 특허 실시권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정 서비스가 반드시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만 강화하려는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비슷한 경우는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각종 '아이디어/사업제안 공모전'에서도 볼 수 있다. 일부 다른 조건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공모전이 응모하는 순간 제출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약관에 동의를 해야 한다. 입상을 하지 않는 것까지 자신들이 권리를 갖는 것이다. 입상한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별로 없다. 제출자가 제안 내용을 독자적으로 사업화를 할려면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회사가 사업화 할 때는 제출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아주 불리한 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강요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기업 관계에도 힘의 세기와 관계 없이 최소한의 평등함은 유지되어야 한다. 힘의 역학관계를 이용하는 것이 당장은 '힘 센'측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에 전체 비즈니스 환경이 왜곡되고, 그 피해는 다시 '힘 센'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힘 없는' 중소기업의 제안서를 책상 가득 쌓아 놓고 '주인' 행세를 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모습을 이제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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