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결국 또다시 '경제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실정법을 위반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것이다.
뭐, 사실은 하루이틀 본 일도 아니니까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아침부터 화를 나게 하는건 이런 것들이다.

1...

"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을, 재산이 있는 사람은 재산을 공여하게 해
그게 당사자에게 부담이 되면 실형에 갈음한다고 생각한다. 감옥에 1년 가는 것보다..."

그러면 감옥에서 실형을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는 그 사람이 사회에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인가?
재능 없고, 재산도 없는 사람만 몸으로 때워라?
언제 대한민국 헌법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제현실'이 '사람에 대한 정의'보다 우위에 서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의 잣대라면,
정말... 죄 짓지 않고 살아야 할지어다.

2...

재판부는 정 회장에게... 준법경영을 주제로 전경련 회원들에게 2시간 이상 강연을 하고,
일간지에 같은 주제로 기고할 것 등을 명령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준법'을 주제로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쓴다면 무슨 내용이어야 할까?
당연히 자기고백과 사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건 상식이다. (상식일 것이다..도 아니다.)
대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반성도 안하고서 '법을 지키자'고 외쳐대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하지만 정 회장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잠시 인사말처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는 립 서비스를 한 번 정도 날려 주기야 하겠지만, 진심은 아닐 것이다.

정 회장이 또 다른 범법행위를 할 것이라는건 적어도 내겐 분명해 보인다.
잘못을 저질러도 전 재산 100만 원 중에 만 원만 내고, 적당히 고개 숙이는 시늉만 해주면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그 누가 1,0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을 안하겠는가?

아침부터 괜히 흥분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을까? 아니면 잘한 짓이었을까?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