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조정래씨가 소설 단행본 <허수아비춤>을 출간했습니다. 대하소설 시리즈를 모두 사서 본 저에게는 단비 같은 책이었는데요, '경제 민주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주 명쾌하게 써 주셨습니다.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기업의 탈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아니,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행태를 어떻게 묵인하고 지나쳐 왔는지,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터진 태광그룹의 비자금 사건은 소설 속 상황과 너무나 닮았습니다.(공교롭게도 소설에 나오는 2개 그룹명인 '일광'과 '태봉'의 글자를 합치면 태광그룹이 됩니다) 그들은 과연 죄에 걸맞는 처벌을 받을까요? <허수아비춤>에서는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경제역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뻔뻔한 짓이 반복되는 것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접하며 "세상이 왜 이래"라며 비난하지만, 내가 가까운 사람이 삼성에 입사했다고 하면 무조건 축하해주지 않았던가요? 이런 대중들의 속성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용하는데도 우리는 "일단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습니다.

허수아비가 될 것인가, 돈 앞에서도 정정당당한 사람이 될 것인가... 선택은 역시 우리의 몫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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