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조직 운영을 통해 콘텐츠(제품, 서비스 등)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콘텐츠의 성격/내용과, 조직 운영이 동떨어져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내가 최근에 면접을 본 몇몇 IT 기업은 자사 양식을 요구하거나, 면접 당일 자필로 이력서를 한 번 더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 절차 자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정보 항목이다. 키, 몸무게, 혈액형 등 신체에 대한 민감 정보는 차라리 애교 수준이고, 가족의 이름, 학력, 현재 직업, 소득까지 적으라고 해서 당황했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은 나름대로 IT 분야 신기술을 다루는 곳이며, 홈페이지 등의 공간에서는 변화와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입사지원 서류 양식만을 보고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기술 혁신이 과연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 것인지 의심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또 다른 예로는 출판사가 있다. 너무나 뛰어난 경영 관련 책을 펴내고, 새롭게 변하는 세상을 조망하는 트렌드 책을 쏟아내지만, 많은 출판사의 조직 운영 방식은 그 내용과 거리가 멀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이 타 산업에 비해 많이 퍼져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시장의 변화와 호흡하고, 구성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며,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렵다. 일부 사례일 수도 있지만, 작년에 '출판사 옆 대나무 숲' 트위터가 화제가 되면서 속살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출판 콘텐츠가 사람을 움직이며, 강력한 미디어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돌아 봐야 할 일이다.


물론 콘텐츠와 조직 운영이 항상 일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그런 기업들만이 성공해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으로 노동을 사는 것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가 자본이 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제품 자체보다 그 안에 담겨진 감성과 진정성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조직의 힘을 반영하는 콘텐츠, 콘텐츠의 내용을 실천하는 조직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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