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개발자인 이희석씨가 스카이프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폰에서의 스카이프 이용 방법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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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그동안 거대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방어적 입장만을 견지해 온 것에 대한 후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1990년대 말 '다이얼패드'라는 이름으로(어쩌면 '공짜 전화'로 더 잘 알려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장 초기 단계였습니다. 저는 2000년에 최초의 phone to phone 방식(PC에서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전화기로 통화하는 방식)을 상용화 한 회사에 근무했었는데, 상당히 앞서 있다는 미국과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하고서도 서비스 안정화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 딱히 성공하는 서비스도 없는 상태였죠.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터넷전화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스카이프를 비롯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투자유치가 이뤄졌고, 정부 역시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데 함께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반발이 첫 반응이었습니다.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이 문제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자 정부(당시 정보통신부)와 관련 업체들이 모여서 워크샵을 개최했었습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사실상 kt의 적극적인 방어전과 이에 동조하는 정부의 맞장구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예견되는 기존 전화망에서의 수입 감소가 새로운 기술을 통한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전화 업체는 중소기업 수준이었고, 정비되지 않은 규제로 인해 '약자'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었기에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죠.
과거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이번 스카이프 특허 소송을 계기로 부디 통신사업자와 정부가 열린 자세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폰 충격으로 가치사슬에 변화가 생기는 순간 알짜배기가 외국 업체로 넘어가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 봤으니 예전과는 다른 기대감을 가져 봅니다. '망'이라는 놈은 끌어안고 있기보다 열어놓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 공간이 되었을 때 진정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