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과 4년 동안이나 특허분쟁을 벌인 서오텔레콤이 결국 권리를 인정받는 판결이 나왔다. (관련 기사)

서오텔레콤 사장의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가로채기'는 사실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 듣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가 가진 특허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모 이동통신 회사와 제휴를 추진했다. 그 회사는 우리 서비스를 보고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고,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같이 해보자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문제는 그 다음 미팅이었다. 갑자기 특허 실시권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정 서비스가 반드시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만 강화하려는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비슷한 경우는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각종 '아이디어/사업제안 공모전'에서도 볼 수 있다. 일부 다른 조건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공모전이 응모하는 순간 제출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약관에 동의를 해야 한다. 입상을 하지 않는 것까지 자신들이 권리를 갖는 것이다. 입상한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별로 없다. 제출자가 제안 내용을 독자적으로 사업화를 할려면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회사가 사업화 할 때는 제출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아주 불리한 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강요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기업 관계에도 힘의 세기와 관계 없이 최소한의 평등함은 유지되어야 한다. 힘의 역학관계를 이용하는 것이 당장은 '힘 센'측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에 전체 비즈니스 환경이 왜곡되고, 그 피해는 다시 '힘 센'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힘 없는' 중소기업의 제안서를 책상 가득 쌓아 놓고 '주인' 행세를 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모습을 이제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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