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이란 이윤 추구가 첫 번째 목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경영',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지만 그 또한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 전략의 표현일 때가 많다.
물론 경영자의 확고한 철학으로 '이윤'과 유사한 수준으로 그런 가치들을 실천하는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정말 눈을 골백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적다면 사회적으로 크게 의미있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메가스터디]가 학력평가 문제를 사전에 입수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충격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저 그런 소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처세술이나 성공한 기업가가 자신의 '삶'을 적어놓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도
'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을 읽고 [메가스터디]라는 회사에 대해 나름대로 좋은 인식을 가졌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 한 때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던가!
(이번 사건의 주체인 [메가스터디]가 아니라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김성오 대표가 저자이지만, 같은 계열 기업이라는 면에서 기업윤리를 따져보는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좋다. 실수했다 치자. 그래서 오늘 [메가스터디] 웹사이트로 가봤다.
사과문? 없다!
회사 웹사이트에는 있을까? 없다!
오히려 유독 눈에 띄는건 메인 페이지에 버젓이 걸려 있는 '윤리경영'이라는 메뉴와 내용이다.

"메가스터디는 윤리경영을 실천합니다."

하나, 우리는 제반 법규를 준수하고 높은 윤리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직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여 고객에게 신뢰받는 깨끗한 조직을 만든다.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어제 지나가는 택시 옆면의 광고를 봤을 때와 똑같은 허탈감만 느낀다.

"*** 어학원 -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젝트"
(애들 데려다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학원이다. 거기다 저런 슬로건을 갖다 붙이는 뻔뻔함이란..)

나는 지금 이제 발걸음을 떼고 있는 작은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조직을 관리하는 위치에서 남일 같지 않은 시선으로 이번 사건을 보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기업은 과연 어떻게 윤리를 지킬 수 있을까?
경영자를 부단히 설득하면 가능한 일일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의미있는 행동을 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메가스터디]를 냉소하지만, 사실 바로 내 문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소식을 듣고 있으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특히 아들 결혼식을 어디서 했냐는 처음 질문에 '작은 교회'에서 했다고 하더니만,
증거를 갖고 다시 물어보니 '작은 교외'에서 했다고 하는 답변에서는 어이가 없다.
6성급 호텔의 야외 결혼식이 '작은 교외'에 불과하다는 그 사람의 상식도 무섭지만,
한 나라의 검찰총수가 되겠다는 사람이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니...
(난 아무리 들어도 첫 답변은 '작은 교회'라고 들린다. 정황을 봐도 '작은 교외'라고 얘기했을리가 없어 보인다.)

별 관계도 아니라는 사람한테 몇 억씩이나 빌리고,
고급 승용차를 무상으로 빌리고,
하지만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하고...
(뭐, 그런 사람 처음 보는 것도 아니지만...)

내 상식을 버려야 하는 것인지,
천성관이라는 사람과, 그를 감싸고 도는 정치인들의 상식을 의심해야 하는 것인지...

결국 천성관은 검찰총장이 될 것이니
그저 눈 닫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라는 생각 뿐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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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웹디자인 책임자(인터내셔널 웹마스터)인 황정목(미국명 데니스 황)씨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 - "한국 웹페이지 예쁘지만 불편" (기시 보기)

시각적인 화려함을 우선 추구하는 한국의 웹디자인 경향에 대한 충고인데, 100%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면, 디자인을 컨펌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또는 기획자는 보통 '단순하고 simple'한 디자인을 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전략이 디자인을 거의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결과물을 놓고서는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자기 취향 중심의 평가를 해버린다는 것이다.(디자인 컨펌을 요청받은 사람이 최소 하루 이상 고민하는 케이스를 본 적이 아~주~ 오래 됐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은... 디자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를 분석해서 나온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일 것이다.

그런 분명한 철학을 실현하는데 디자인 환경도, 의사결정 환경도 아직은 장애가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부터 디자인 전략수립 기간을 일반적인 때보다 훨씬 길게 잡아보는 것으로, 관련 책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본다.

덧붙이자면...

1. 난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획자이다. ㅎㅎ
2. [humane interface, 제프 래스킨 지음, 안그라픽스]라는 책을 요즘 아주 감동적으로(!) 읽고 있다.
2007년 한국의 온라인 광고 매출액은 약 1조 2백억 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그 중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자.
(단위: 억 원)
 구분 NHN
다음
SK 컴즈
야후코리아
KTH
그 외
 광고 매출액  6,087 1,932
593
525
82
 981
 한국 전체
매출대비 비율
 60% 19%
6%
5%
1%
9%
 사별 총매출액  9,202 2,145
1,972
615
345
 ?
 광고 매출비중  66.1% 90.0%
30.0%
85.3%
23.7%
 ?
(각 사별 전자공시자료, 제일기획 미디어전략연구소 발표 자료 참고)

해석해 보자면...

1. 주요 포털이 온라인 광고 매출액의 91%를 차지
2. '네이버'와 '다음'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그들의 주요 수익원은 온라인 광고임

그 이면을 뒤집어 본다면 한국의 거의 모든 웹사이트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형 포털의 속성을 본다면 반드시 나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구글'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좁은 웹서비스 시장에서 중/소규모 웹사이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래의 비즈니스 영역 외 광고 부문에서도 매출을 올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포털이 규모를 무기로 그런 기회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빼앗아 간다면, 그만큼 한국에서 다양한 웹서비스가 등장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 포털은 그 자체로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 존재가 장기적으로 IT 발전에 기여를 해야지, 중/소규모 인터넷 환경의 씨를 말리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덧붙이자면...

1. '네이버'의 매출 구조가 그나마 양호해 보이기는 하지만, 온갖 사행성 게임을 통해 나머지 매출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것도 좀 낯 부끄러운 일이다. (관련 기사)

2. '구글'을 들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지만, '구글'은 출발점부터 다르고, 돈이 분배되는 흐름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형 포털은 광고주가 지불하는 대부분의 돈을 흡수하지만(중간의 대행사나 렙사가 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않는다), '구글'은 광고를 실은 전 세계의 웹사이트와 블로거들에게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각종 기술과 서비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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