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망 이용대가를 착·발신으로 분리해 착신은 현행 1,500원에서 950원으로, 발신전용은 475원을 새로 부과하는 안이 정부로부터 관련 업계에 통보됐다. (기사보기)

일단 착신 기본요금, 즉 070 국번을 사용하는 대가가 낮아진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최근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2,000원이라는 비용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막연히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먼저 1,500원에서 950원으로 조정된 것이 과연 '인하'인가 여부다. 애초 1,500원 안에 대해 별정사업자들은 모두 반대했었다. 인터넷 회선 품질은 보장되지도 않으면서 기계적으로 산출한 망 이용대가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는 많은 별정사업자들이 할당 받은 070 번호를 반납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950원으로 '변경'된 것은 합리적인 이용대가를 향해 접근해 가는 수치에 가깝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좀 더 심각한 문제는 발신전용 VoIP에 새롭게 475원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사에 있는 얘기처럼 발신전용이 90% 이상 차지하는 별정사업자에게 이런 조치는 거의 사형선고에 가깝다. 물론 일정 수준 가입자 및 매출 감소 과정을 거치면 안정되는 시점이 있겠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일단은 과연 누가 기본료를 내면서 한국 업체의 소프트폰을 쓰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일반전화/휴대폰으로의 전화마저 무료로 제공하는 판이다. 해외 업체들이 새롭고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별정사업자들도 반성을 해야 하지만, 이제 막 소프트폰만의 서비스를 모색하기 시작한 한국 사업자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족쇄를 채워야 하는 것인가?

결국 이런 조치는 타 인터넷 비즈니스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VoIP 모델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사업자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 뻔하다.

KT 등 기간사업자들이나 정부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경쟁환경을 따져봤을 때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사업자 위주의 정책은 곤란하다. 회선과 가입자 위주로만 통신사업을 판단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스카이프나 (소위 말하는) 3J(Jajah, Jaxtr, Jangl)와 같은 서비스를 갖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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