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셀던의 소설 중에 '오픈 유어 드림s'라는 소설이 있다.
'다중 인격 장애' - 우스개 소리로 '다중이'라 부르는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질환 자체가 존재하느냐에 대해 아직 학계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없다고 하는데,
그만큼 난해한 문제인 것 같다.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는데, 새벽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내가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회사 생활을 제외한 나의 일상을 보면 정말 '평범함' 그 자체다. 아니, 사실 추구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튀지 않고, 안전한 길을 가는 것.
구두 하나, 행동 하나, 판단 하나... 그 모든 것이 마치 '무난함'을 향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느낌이다.

반면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얘기한다.
'평범함'이 바로 회사에게는 죽음을 선고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조직의 한계라는 핑계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항상 그 부분이 답답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개인의 평범함과 조직의 도전은 함께 가야 하는 것 같다.
이 둘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나의 스트레스는 심해져 갔고,
어느 한쪽(대부분은 내 개인의 삶)이 크게 상처받고, 희생되는 것으로 결론나기 쉬웠다.

혹자는 그런 얘기도 한다.
정신병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다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가 결정된다.

나는 내 안의 '다중이'를 다스릴 수 있을까?
엄연히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인정하고, 포괄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고민이 해결되는 날, 아마도 나는 다시 밝은 얼굴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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