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졌다시피, 지난 2002년부터 '구글'은 전 세계의 책을 디지털화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게 되는데, 8년의 공방 끝에 작가조합과의 소송에서 우호적인 판결을 받았다.(> 상세 기사 보기)


요약하자면, “구글 북스는 책을 파기하거나 대체하는 게 아니라, 책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으며, 구글이 영리기업이기는 하나, 이 프로젝트는 "교육적인 목적"을 갖고 있고,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오히려 책 판매를 촉진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피해도 없다는 것이다. 즉,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니,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작가조합에서 항소를 하겠다고 하니, 최종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판결이 '책'과 '디지털'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 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대체로 책의 디지털 버전이라면 '이북(e-book)'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유통의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디지털 정보로 저장된다는 것으로, 활용 방법은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검색'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책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비해 출판 콘텐츠는 일정 수준 검증이 된 것이고, 필요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국내 포털도 채택하고 있지만, '정보'로서의 가치보다는 이라는 '실물'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머물고 있어 본질에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조금 더 발전시켜보면, 강력한 온라인 광고 채널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DSLR 카메라 사용법을 설명하는 책에 카메라 광고 이미지를 넣어 광고 수익을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출판사, 저자 때로는 독자까지 이런 방법에 대해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수익을 어떻게 분배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방안이 나오면 1인 출판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겠지만, 출판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온라인 환경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출판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이를 적절한 수익으로 연결시켜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논의와 실험의 과정은 출판사, 저자, 서점 등 출판계가 주도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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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e북 시장 진출이 드디어 가시화 됐다. 이르면 다음달 e북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 ‘구글 에디션스(Google Editons)’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관련 기사)

1994년부터 세계 유명 대학과 도서관의 도서를 스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구글이 어떤 형태로 e북을 판매할 지 궁금해 지는데... 일단 '판매'라는 형태를 취하는 것을 봐서는 저작권을 지불할 수 있는 도서를 시작으로 e북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기기에 관계없이' 유통하겠다는 점이다. 국내 출판업계만 봐도 (얼마전 정부에서 발표한 진흥책에 DRM 문제가 주요한 의제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기기 중심의 폐쇄적인 유통 구조가 e북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어 구글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 것인지 주목되는 것이다.

구글의 한국 진출은 사실 '안드로이드폰'을 제외하면 크게 성공한 것이 없어 이런 흐름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은 구글이 과연 '네이버'를 이기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회사 인트라넷에 관련 정보를 게재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구글은 확실히 e북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문제를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저작권, DRM, 포맷 등 해결되어야 한다고 얘기되는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이해관계자의 기득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인데, 대부분 기술적으로 장벽을 쳐서 권리 침해를 막으려고 한다. 물론 정당한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국내 음반산업이 똑같은 문제로 인해 아웅다웅하며 이용자를 외면했을 때 불법 다운로드는 더 증가했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애플이 DRM Free를 선언하면 미친듯이 아이팟을 팔아치우지 않았던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e북 활성화 대책도 똑같은 프레임이 갇혀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콘텐츠 활성화가 화두가 되었을 때도 나왔던 얘기이고, 똑같이 실패했다. 어떻게 하면 이용자에게 더 편리하고 가격 대비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냐는 점이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나는 한 미국과 같은 e북 전성시대는(iTunes 다운로드 기준 e북은 2위를 기록 중)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곧 등장할 '구글 에디션즈'가 어떤 결과물을 들고 나올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분명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가 유심히 지켜보고 벤치마킹 해야할 대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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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가 자회사를 통해 e북 콘텐츠 유통에 나섰다고 한다. (관련 기사)
다른 업체와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Adobe의 DRM 솔루션을 활용함으로써 왠만한 단말기에서는 다 지원이 된다는 '개방형'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확보했다는(또한 하겠다는) 것도 함께...

('아이리버'의 'book2' 사이트)

이런 형태의 서비스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의 모든 e북이 왜 이토록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경향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런 것 같다.

1. 콘텐츠: 기존 도서의 단순 디지털화. PC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보는 것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
2. 가격: 1번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도서 대비 평균 50% 수준. 저작권료와 전환료 등의 문제가 있다지만 이래서야 한번 멀어진 소비자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물론 '저가'만이 답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얘기를 하고자 한다.)
3. 유통: 왜들 그렇게 콘텐츠+단말기 형태만을 고집하는지... '아마존' 짱 주의라도 퍼진 것인가?

e북 시장이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어... 이거 e북으로 보는 것도 재밌는데?"
그런 감동은 단순히 디지털화 시켜서 적절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끼워 파는 형태로는 절대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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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덕분에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e북으로 대표되는 '전자출판' 분야에 요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과 더불어 산적해 있는 난관들이 흥미를 돋운다.

최근 살펴본 여러 자료나 몇 번의 면접을 통해 느낀 것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e-book은 아주 특이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Gartner) 그룹의 유명한 Hype Cycle을 활용해보면 대략 이렇게 될 것 같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서 e북이 주목받았을 당시는 1번 정도의 여정을 밟고 있었을 것이다. 즉,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사실상 과도한 기대였음이 드러나고 하강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발표하는 곳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전자출판 분야가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단말기나 공공목적의 거래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콘텐츠 자체의 거래는 3~4백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 2번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상승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아이폰'과 '킨들'이라는 아주 특별한 변수로 인해 다시 1번으로 돌아간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3번의 과정에 진입한 채 엄청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데(최근 발표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로 1위가 e북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제쳤다고 한다. 관련기사), 뒤늦게 한국에 바람에 불기 시작한 것이다.
즉, 외부의 변수로 인해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실제 e북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주관/객관적인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콘텐츠/유통/단말기(+솔루션)가 착실히 발전되어 온 미국이 이제 3번의 시기에 들어선 반면, 한국에서는 1번 과정 이후 e북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 변한 것이 거의 없는 듯하다.('북토피아'의 화려한 등장에 비하면 현재 모습은 너무 안타깝고, '교보문고'의 e북 진출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e북 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실패 경험이 쌓인 것을 나름대로의 변화라고 위안 삼아야 할까?)

최근에 삼성전자 등의 단말기 업체,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등의 유통업체가 아마존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바람을 일으키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떨어지고, 단말기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의 e북 시장은 다시 1번 과정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덕분에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e북 시장이 1번에서 2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아마도 올해에서 내년 초?) 3번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 과정에 나도 동참하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과 함께...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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