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결과를 바꾼다

저자
앤드루 소벨, 제럴드 파나스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4-10-31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세계적 베스트셀러 [질문이 답을 바꾼다] 후속작 아마존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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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목록을 훑어보게 된다. 필요한 연락을 취하고 나면 오래되거나 의미없는 연락처를 지우게 되는데, 동시에 허전함을 느낀다. 이 수백 명 중 나에게 특별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가? 아니,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될까? 이제 와서 정신 차리고 연락을 하고 싶어도 통화 버튼 누르기가 쉽지만은 않다.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 그렇다고 갑자기 해결되지도 않는 것이 관계의 문제다. 그래서 아마도 관련 책들이 쏟아지는가보다. 다만 무슨 무슨, 몇 가지 법칙을 내세우며 관계(또는 인적 네트워크) 맺기를 독려하는 책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슈퍼맨이 아닌 이상 그 법칙들을 지키고 살 자신도 없거니와, 양적이고 피상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관계가 결과를 바꾼다>는 조금 다른 깨달음을 준 것 같다. 관계의 중심을 '나'로부터 '상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에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이 책에 실린 것 중 가장 찔리는 사례인데, 첫 장에 실려있다. 좋은 선택이다.)


캐서린은 지금 세계적인 로펌의 고위 임원인데, 그 전에는 한 글로벌 기업의 법무 담당 부책임자였다. 역시 매우 중요한 자리였지만 외부 로펌이나 컨설턴트는 상사인 책임자와만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그녀를 비서쯤으로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녀가 법무 책임자로 승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전화통은 불이 났고, 갑자기 인기인이 됐다. 그 상황에서 그녀는 정중하게 되물었다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뭐 하시다가 왜 이제야 이러시나요?"


'나'를 생각하면 '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관계에만 빠지게 된다. 뭐, 그런 식이라고 해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관계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사람, 제품, 서비스로 대체 가능한, 그냥 주고받기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은 얻겠지만, 다시 새로운 관계를 찾아 허덕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을 읽고, 급한 마음에 만든 회사 홈페이지의 글을 일부 수정했다. 다시 보니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지,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한 티가 팍팍 났기 때문이다. 이제 회사 소개서도 수정하려고 한다. 사람을 만날 때 무슨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지 먼저 준비하려고 한다. 일단 그것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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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저자
오카다 다카시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3-12-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파블로프의 미공개 실험과 프로이트의 최면술, 독재정권과 CIA,...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복이 참 많으세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이런 말을 던지며 다가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명 "도를 아십니까?" 조직인데, 당할 때마다 귀찮고 짜증나서 뿌리치면서도 남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왜 저럴까?"


특이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가장 비슷한 것은 아무래도 다단계 마케팅이다. 본질적으로는 하위 그룹의 희생을 기반으로 상위 그룹이 돈을 버는 것인데, 적절하게 포장하고 심리를 조작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충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사례조차 너무 먼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 널린 마케팅 관련 책만 뒤져봐도 심리조작은 아주 널리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이상하게 복잡한 쇼핑몰 구조, 지겹도록 반복되는 CM송 등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조작의 일환이다.


한편, 심리조작은 국가적으로도 이뤄진다. 이 책에서 나온 섬뜩한 사례(고문, 이중첩자 양성 등)도 있지만, 정책홍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각종 행위들도 엄밀히 따지면 국민들의 심리를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작행위라고 할 수 있다.(요즘에는 비판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 일으키는 방향으로도 활용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관계냐고?


심리조작은 지속적이고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조작 문제는 결국 사람의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각종 사례와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책 말미에 있는 저자의 질문으로 대신해 본다.


심리조작이라는 주제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주체성이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현실감이 희박한 불균형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나 공기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체험만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에 비춰보아서 판단하고, 냉철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 이 책은 심리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심리조작의 역사와 구조, 사례가 담겨 있으니, 심리조작 실전은 다른 책에서 찾기 바란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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