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작품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긴박한 흐름, 종교와 역사에 대한 풍부한 배경, 허를 찌르는 반전. 이 세가지를 갖췄으니 한 번 집어들면 손에서 놓기 어렵다. 이번에 나온 <인페르노>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특히 다짜고짜 처음부터 시작되는 긴장감은 끝까지 지속되고, 반복되는 반전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다만, '종교'의 색채는 옅어지고 대신 '인류'라는 화두를 던진다.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책 여는 곳에 인용된 단테의 <신곡> 구절인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등장인물을 통해 아래와 같이 묻는다.(내용은 요약함)
만일 당신이 지금 인류의 절반을 죽임으로써 인류 전체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인문학적 깊이를 가진 질문은 아니지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물론 댄 브라운의 전작에 깔린 종교와 역사, 그리고 유럽을 배경으로 하지만, 풀어가는 주제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것에 맞춰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통념과 역사 인식을 반전시키는 묘미가 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야말로 명불허전!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 '소설'이라는 특징 때문에 어렵겠지만, 댄 브라운의 소설에는 이미지가 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버트 랭던이 이런저런 설명을 많이 하는데, 잘 모르는 건축물이나 작품을 대상으로 하니 생생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몇 달쯤 뒤에 인터넷으로 하나씩 검색해 가면서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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