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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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아니라
......

인생을 대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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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로그램이나 문서의 버전을 관리할 때 붙이는 번호체계.
그 변화 정도에 따라 1.0에서 1.1이 되기도 하고 2.0이 되기도 한다.
최근까지 웹2.0이 커다란 화두가 되면서 이미 누구나 아는 체계가 됐다.

그런데 일상이든, 일이든, 사고체계이든 모든 영역에서
그 차이를 경험해 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

1.8에서 1.9가 되는 것은 단지 0.1이 더한 것 뿐이지만,
1.9에서 0.1을 더한다고 해서 2.0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질적인 변화, 혁신적인 변화, 아주 다른 것임을 의미하는 것일텐데
기존의 것을 꾸준히 쌓아 간다고 해서 때가 되서 그 순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가도
이제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을 완성하고 영원을 약속하는 것임을 깨닫는데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일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시행하는 것이 되기 싶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깨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0.1의 노력이 1.9를 2.0이 되게 하는 그 무엇.
그것이 아마도 어떤 한 사람의 삶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더 행복하고 따뜻해지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덧붙이자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은
0.1을 쌓아가는 노력이 없다면 1.9는 결코 2.0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방황하는 차태현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했던 대사가 의미하는 것처럼...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란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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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TV의 한 프로그램에 가수 장윤정, 영화배우 진재영 두 명의 연예인이 가난했던 시절에 대해 얘기를 했다.
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 않았던 그녀들... 사연은 이렇다고 한다.

장윤정은 대학생 시절 아버님 사업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집안이 큰 가난에 빠졌다고 한다.
하루는 등록금을 대출 받고자 은행을 가서 문의를 했는데,
사람 많은 창구에서 은행 직원이 모니터를 바깥쪽으로 홱 돌리더니 그러더란다.
"이정도면 휴대폰 개통하기도 힘들걸요?"
아버님이 지셨던 빚 수천만 원이 성인이 된 장윤정에게 고스란히 넘어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가족은 가난의 긴 터널로 접어 들었고,
그야말로 생계형 이산가족이 되어 각자 입에 풀칠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살았다.

그녀는 3년 정도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나 추워서 헤어 드라이어로 이불 밑을 잠시 데워서 잠을 청하고,
새벽이면 추위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잠을 깨고, 또 데우고...

아무리 추워도 샤워는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따뜻한 물은 없고...
그럴 때면 그녀는 아래쪽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향해 쉬지 않고 뛰어갔다.
온몸이 데워지면 학교에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누군가 물었다.
"그 때 어떤 희망으로 살았나요?"

"옥탑방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저 많은 집 중에 우리 식구가 모여 살만한 집 하나가 왜 없을까? 그래서 순간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어느 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노숙자분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더라구요. 그때 갑자기 그 분이 부러워졌습니다. 저 분은 남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라도 있구나."

그때부터 그녀는 (크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어려운 시절을 버텨냈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소위 '장현찰'로 통한다고 한다.
그만큼 돈이 많다는 얘기일거다. 또 그만큼 열심히 벌었을 것이다. 행사의 여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루에 행사를 12개까지 해봤다고 한다.
그런 날이면 집에 녹초가 되어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고민도 들었다고 한다.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사는거지?"
하지만 자기가 산 집에 들어섰을 때 어머님이 환하게 웃으시면서 "우리 딸 왔니?"라고 맞아주면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절실히 느낀다고 한다.

진재영은 이제 사람들 기억 속에 거의 '섹시' 여배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색즉시공]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고나서 얻은 고정된 이미지일 것이다.
그 이후 몇 번 영화에 출연했으나 자신에게 붙은 딱지가 너무나 억울했던지 그녀는 연예계를 떠났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 그녀의 식구는 그녀가 배우로 활약하면서 서울로 모두 이사를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일을 그만두면서 수입원이 없어져버렸다.

어느 날 어머님이 검은 봉지를 하나 들고 들어오시더란다.
무엇인지 살펴보니 식구들이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쌀을 사오신 것이었다.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연예인이라는 부담 때문에 받아주지 않더란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다른 가게에서도 다 받아주지 않더란다.
당장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몇천 원을 손에 쥘 기회도 주지 않는 세상이 너무나 밉더란다.

보다못한 부모님께서 드디어 붕어빵을 팔겠다고 리어카를 끌고 나가시는 날까지 왔다.
그녀의 선택은? 여기서 말이 끊어졌지만, 그녀가 연예계로 돌아온 계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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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만큼은 아니지만 내게도 가난은 있었다.

어릴 때는 너무나 배가 고파 쉰 음식을 그대로 먹고 죽다가 살아나기도 했고,
대학교에 가서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겠지만) 라면 하나와 쌀 한줌으로 일주일을 버티기도 하고,
돈이 너무 없어서 뙤약볕에 아현동에서 신촌의 학교까지 내내 걸어다니기도 했다.
하숙비가 없어서 얹혀 살았던 아르바이트 가게 주인집에서는 눈치가 보여 주린 배를 안고 다른 식구들의 밥상을 쳐다보기만 하기도 했다.

가난의 무늬는 같지 않지만 그 고통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절하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가난으로부터 무엇을 삶에 남겼는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녀들은 삶에 대한 치열함과 감사를 잊지 않았다.

나는... 단순히 회피만을 배운 것 같다.
이전보다는 가난하지 않다는 현실에 주저앉아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에 만족하고,
손쉽게 지갑을 열어 보임으로써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요즘 몸도 마음도 지쳤다는 이유로 2주간의 휴가를 얻어서
집에서 머리만 잔뜩 굴리고 있었던 나에게
그녀들의 가난은 그렇게 나를 솔직하게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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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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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최근 들어 심리치료(정신과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 하게 된다.
이전보다 자주 화를 내게 되고
필요없이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
아무래도 나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뜻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용기 보다는 게으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대용품으로 찾게 된 것이 심리 관련 서적들이다.
학문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책들을 통해 나를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몇몇 책이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머리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에는 그야말로 항상 2%씩 부족했다.
얘기는 좋으나, 오랜 기간 수련이나 훈련을 거쳐야 자기 바라보기가 가능한 듯 했다.

그런 와중에 어제 밤 동생이 사다 두었던 이 책을 우연히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읽다가 잠들 생각이었는데 결국 밤새 다 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얘기지만
내 허약한 심리상태에는 날선 칼이자, 따뜻한 포옹이 되어 주었다.

"진정한 자아라는 게 도대체 뭐죠?"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죠."

사람들이 바라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생활은 나를 지치고, 의지와 뚜렷한 목표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살게 했다. 바로 사랑이다.

"선과 악을 구별하느라 머리를 싸매지 않는 사랑"

이 모든 것을 '죽음'이라는 극단을 상정하지 않고도 깨달을 수 있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조심스럽게...
그 어떤 이유에서든 절망과 후회, 실연 등 자신을 잃어버려서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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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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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폐부를 가슴 아리게 찌르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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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여 주고
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 이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자기의 몸을 위해 턱없이 악한 행동을 하지말고
핑계대어 바른 법을 어기지 말며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내거나 질투하지 말라.
나의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客氣)를 부려 만용(蠻勇)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모습이니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중도(中道)를 지키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임금처럼 위엄을 갖추고
구름처럼 한가로워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때와 처지를 살필 줄 알고
부귀와 쇠망이 교차함을 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 잡보장경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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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조리사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뇌졸중을 앓았고, 신체 오른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당에서 해고 되었고, 지금은 지하철에서 신문을 수거하면서 살아 갑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있습니다.
심장병이 있었는데, 유전되기 쉽다는 얘기에 결혼을 망설이다 뒤늦게 얻은 아들입니다.
지금은 뇌졸중 이후 아내도 떠나고 혼자서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이 유치원을 쉬는 날이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함께 지하철에 신문을 수거하러 나갑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왜 자식까지 저런 곳에 데리고 나올까?"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가 신문을 수거해서 버는 돈은 보통 하루 5천~9천 원 정도입니다.
근처 학교에 가서 빈 우유팩을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 발견하게 되는 먹지 않은 우유를 아들에게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모아 둔 재활용품을 수거합니다.
그렇게 하면 4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그는 주위 모든 사람이 고맙습니다.
그를 위해 신문지를 따로 챙겨 주는 이웃들,
일부러 재활용품을 실러 찾아오는 업체 사장님,
아들의 존재 그 자체도...

정말 힘들게 사는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큰 일을 치릅니다.
돈가스 100개를 만들어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 줍니다.
자신에게 너무 잘해줬던 이웃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고마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며 돈가스를 나눠 줍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의 가난보다는
삶에 감사해 하며, 부족한 내 것을 기꺼이 나누는 그가
천사처럼, 신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온갖 고민과 불만을 안고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 KBS1TV의 '현장르포 동행'의 '아버지와 돈가스'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 붙일 태그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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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산에서 양재역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앉아서 다니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합니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행여 강남역 쪽에서 약속이 있으면 몇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와 버스를 타기도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덕분에 왠만해서는 앉아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를 편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어제는 일부러 차를 한 대 보내는 노력 끝에 맨 뒷좌석을 차지했습니다.
불편하지만, 그래도 술 한잔 한 뒤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습니다.

사람들이 마구 타기 시작합니다.
한 여자분이 앞에 서 있습니다.
물론...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습니다.
왠만한 나이의 사람이 앞에 있지 않는 이상 양보해 줄 기세가 아닙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 노선 버스 안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저 분... 익숙하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불편할까?
내 여자친구나 여동생이 저렇게 서 있다면 어떨까?

잠시 망설입니다.
옆 사람을 슬쩍 봅니다.
책을 읽고 있습니다. "와인이 궁금할 때 이 책에 취하라"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저 사람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 여러가지 매너를 익혔을 것이고,
여자와 함께라면 의자를 빼 주는 정도의 배려는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예외인가봅니다.

그냥 일어서기로 합니다.
"여기 앉으세요"
여자는 별 표정없이 앉습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덜고 홀가분하게 서 있습니다.
"저기... 내리시는거 아니셨나요? 저는 그런 줄 알고..."
여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괜찮아요"
기분 좋게 대답합니다. 사실 기분이 썩 좋아져 있었으니까요.

집에 가는 길 내내 좋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한 것이
잠깐 몸이 편한 것보다 좋은가봅니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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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출퇴근 길에 책을 많이 봤었는데, 요즘은 좀 피곤하다는 핑계로 휴대폰 MP3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최근 정말 좋은 노래를 듣게 됐는데, 바로 조수미씨가 부른 [Once upon a dream]이다.
휴대폰 용량 문제로 매일매일 새로운 음악으로 다운로드 받는 내 습관까지 바꾸며 여전히 휴대폰에 남아있는데다, 며칠 전에는 5번을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사람들 얘기처럼 조수미씨가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내 수준에서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두 여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애절하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조수미씨가 놀랍고, 그 노래를 정말 아름답게 피겨 스케이팅으로 표현해 낸 김연아 선수도 놀랍다.

연말이 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Once upon a dream]은 그렇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표현해 내는 그 뛰어난 능력. 풍부한 감성만이 뿜어낼 수 있는 그 에너지. 일을 하면서도, 사람을 만나면서도 점점 도식화되어 가는 내 모습이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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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하게 되는 안하던 짓 중 하나가 내 인생 되돌아보기 같은 것이다.
오랜만에 식구들과 친척들을 보면서 좀 더 잘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돈을 잘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지만,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한 번쯤 고개를 들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바뀐 것이 없다.
어렵고 힘든 인생은 계속되고, 상처도 받고, 그래도 힘을 내보는 일상의 반복이 시작된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지만, 육체는 원하는만큼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도 그렇게 읽혔다.
40대의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이 '열정'이라는 화두를 다시 끌어안고 싶어 몸부림치는 모습.

해고 당한 백수,
해고 당하고 낮에는 퀵 서비스와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돈을 벌면서도 집에는 복직을 기다린다며 거짓말하는 가장,
결국 이혼 당하는 기러기 아빠.

우리 시대 '불행'이라는 코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 40대 가장들의 모습은
남의 삶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서서히 향해가고 있는 종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그 길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살기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내 인생의 즐거움 보다는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큰 차 하나쯤 마련하기 위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열정'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공고한 일상을 깨는 것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작은 결심이 아니라,
'이렇게 사니까 즐겁잖아'라는 영혼의 울림이다.

즐거운 인생?
그거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 기회는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이다.
백화점에서 '돈'을 태우는 것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유혹이다.

'활화산'이 부르는 '터져버릴거야'라는 외침은
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라고 유혹하는 속삭임이더라.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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