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조리사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뇌졸중을 앓았고, 신체 오른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당에서 해고 되었고, 지금은 지하철에서 신문을 수거하면서 살아 갑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있습니다.
심장병이 있었는데, 유전되기 쉽다는 얘기에 결혼을 망설이다 뒤늦게 얻은 아들입니다.
지금은 뇌졸중 이후 아내도 떠나고 혼자서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이 유치원을 쉬는 날이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함께 지하철에 신문을 수거하러 나갑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왜 자식까지 저런 곳에 데리고 나올까?"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가 신문을 수거해서 버는 돈은 보통 하루 5천~9천 원 정도입니다.
근처 학교에 가서 빈 우유팩을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 발견하게 되는 먹지 않은 우유를 아들에게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모아 둔 재활용품을 수거합니다.
그렇게 하면 4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그는 주위 모든 사람이 고맙습니다.
그를 위해 신문지를 따로 챙겨 주는 이웃들,
일부러 재활용품을 실러 찾아오는 업체 사장님,
아들의 존재 그 자체도...

정말 힘들게 사는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큰 일을 치릅니다.
돈가스 100개를 만들어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 줍니다.
자신에게 너무 잘해줬던 이웃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고마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며 돈가스를 나눠 줍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의 가난보다는
삶에 감사해 하며, 부족한 내 것을 기꺼이 나누는 그가
천사처럼, 신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온갖 고민과 불만을 안고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 KBS1TV의 '현장르포 동행'의 '아버지와 돈가스'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 붙일 태그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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