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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7 즐거운 인생이냐? 진짜?

   << 이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하게 되는 안하던 짓 중 하나가 내 인생 되돌아보기 같은 것이다.
오랜만에 식구들과 친척들을 보면서 좀 더 잘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돈을 잘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지만,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한 번쯤 고개를 들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바뀐 것이 없다.
어렵고 힘든 인생은 계속되고, 상처도 받고, 그래도 힘을 내보는 일상의 반복이 시작된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지만, 육체는 원하는만큼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도 그렇게 읽혔다.
40대의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이 '열정'이라는 화두를 다시 끌어안고 싶어 몸부림치는 모습.

해고 당한 백수,
해고 당하고 낮에는 퀵 서비스와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돈을 벌면서도 집에는 복직을 기다린다며 거짓말하는 가장,
결국 이혼 당하는 기러기 아빠.

우리 시대 '불행'이라는 코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 40대 가장들의 모습은
남의 삶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서서히 향해가고 있는 종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그 길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살기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내 인생의 즐거움 보다는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큰 차 하나쯤 마련하기 위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열정'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공고한 일상을 깨는 것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작은 결심이 아니라,
'이렇게 사니까 즐겁잖아'라는 영혼의 울림이다.

즐거운 인생?
그거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 기회는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이다.
백화점에서 '돈'을 태우는 것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유혹이다.

'활화산'이 부르는 '터져버릴거야'라는 외침은
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라고 유혹하는 속삭임이더라.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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