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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1 그 날, 버스 안의 기억

나는 일산에서 양재역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앉아서 다니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합니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행여 강남역 쪽에서 약속이 있으면 몇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와 버스를 타기도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덕분에 왠만해서는 앉아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를 편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어제는 일부러 차를 한 대 보내는 노력 끝에 맨 뒷좌석을 차지했습니다.
불편하지만, 그래도 술 한잔 한 뒤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습니다.

사람들이 마구 타기 시작합니다.
한 여자분이 앞에 서 있습니다.
물론...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습니다.
왠만한 나이의 사람이 앞에 있지 않는 이상 양보해 줄 기세가 아닙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 노선 버스 안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저 분... 익숙하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불편할까?
내 여자친구나 여동생이 저렇게 서 있다면 어떨까?

잠시 망설입니다.
옆 사람을 슬쩍 봅니다.
책을 읽고 있습니다. "와인이 궁금할 때 이 책에 취하라"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저 사람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 여러가지 매너를 익혔을 것이고,
여자와 함께라면 의자를 빼 주는 정도의 배려는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예외인가봅니다.

그냥 일어서기로 합니다.
"여기 앉으세요"
여자는 별 표정없이 앉습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덜고 홀가분하게 서 있습니다.
"저기... 내리시는거 아니셨나요? 저는 그런 줄 알고..."
여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괜찮아요"
기분 좋게 대답합니다. 사실 기분이 썩 좋아져 있었으니까요.

집에 가는 길 내내 좋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한 것이
잠깐 몸이 편한 것보다 좋은가봅니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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