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덕분에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e북으로 대표되는 '전자출판' 분야에 요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과 더불어 산적해 있는 난관들이 흥미를 돋운다.
최근 살펴본 여러 자료나 몇 번의 면접을 통해 느낀 것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e-book은 아주 특이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Gartner) 그룹의 유명한 Hype Cycle을 활용해보면 대략 이렇게 될 것 같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서 e북이 주목받았을 당시는 1번 정도의 여정을 밟고 있었을 것이다. 즉,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사실상 과도한 기대였음이 드러나고 하강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발표하는 곳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전자출판 분야가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단말기나 공공목적의 거래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콘텐츠 자체의 거래는 3~4백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 2번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상승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아이폰'과 '킨들'이라는 아주 특별한 변수로 인해 다시 1번으로 돌아간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3번의 과정에 진입한 채 엄청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데(최근 발표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로 1위가 e북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제쳤다고 한다. 관련기사), 뒤늦게 한국에 바람에 불기 시작한 것이다.
즉, 외부의 변수로 인해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실제 e북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주관/객관적인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콘텐츠/유통/단말기(+솔루션)가 착실히 발전되어 온 미국이 이제 3번의 시기에 들어선 반면, 한국에서는 1번 과정 이후 e북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 변한 것이 거의 없는 듯하다.('북토피아'의 화려한 등장에 비하면 현재 모습은 너무 안타깝고, '교보문고'의 e북 진출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e북 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실패 경험이 쌓인 것을 나름대로의 변화라고 위안 삼아야 할까?)
최근에 삼성전자 등의 단말기 업체,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등의 유통업체가 아마존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바람을 일으키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떨어지고, 단말기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의 e북 시장은 다시 1번 과정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덕분에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e북 시장이 1번에서 2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아마도 올해에서 내년 초?) 3번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 과정에 나도 동참하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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