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술자리를 함께 하다가
둘 관계에서는 잘 얘기하지 않던 '정치'를 안주로 올리게 되었다.

언제인가 유시민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그 사람에게 심어준 뒤,
그는 나름대로 책도 읽어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
이번 대선 후보 중 유시민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술이 살짝 취한 나는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평소 내 스타일이라면 '아닌 것 같다'라고 했을 것이다)
[유시민의 경제학까페]라는 책을 쓸 당시의 유시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구구절절 읊어댔다.

그가 물어봤다. 그러면 누가 좋은데?
난 뜬금없이 '문국현'이라고 대답했다.
기존에도 가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같이 단순한 사람에게 정보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으로서 '감동'을 먹고 나면 일단 50%는 인정해준다.
'문국현'은 그런 사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일 이후 그 사람과 다시 가진 술자리에서,
그는 스스로 '문빠'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커뮤니티에도 가입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채팅으로 '문국현'을 홍보하고,
여자친구에게 압력을 넣기도 하고...
스스로 말하듯 "난생 처음"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젠 내가 그 사람에게서 '문국현'에 대해 배워야 할 처지가 되었다.

꼭 그 사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문국현'에 열광하거나 '검토 가능한 대안'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내세우는 '콘텐츠'와 '삶의 과정'에 감동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문국현은 '사람 중심, 진짜 경제'라고 외친다.
어느 기사에는 한나라당 관계자가 이 구호를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건 이명박 후보의 구호를 '재벌 중심, 가짜 경제'로 환치시키는 절묘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하~ 무릎을 쳤다.
그의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하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1위를 하는 이 웃기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던져주는 것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과,
내가 그를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그가 정치적으로 내게 주는 감동은 그렇게 커져가기 시작한다.

난 원래 '환호' 같은건 잘 못해서
떠들썩한 콘서트장에서도 그저 앉아서 손뼉치며 즐기고 만다.
그런 내가 '문국현'이라는 사람 때문에 오랜만에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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