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기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에
취임 이후부터는 당분간 말을 아끼고자 했다.
덮어 놓고 '이명박'이라면 반대한다고 오해를 살까봐 살짝 걱정했다.
그런데... 최근의 장관 임명 관련 사태(!)를 바라보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능력' 위주의 인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강조해 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내각 인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사퇴하게 된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언론이 곡해와 과대 포장을 했기에 피해를 받았다는 것인데,
그건 문제를 정말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자... 그들의 주장대로 일부(?) 잘못이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법은 지켜가면서 부동산을 소유했다고 치자. 말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믿어줘보자.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받았던 각종 의혹에 대해 많은 국민은 '그럴 것이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지지를 했다는 점에서 그 정도까지는 눈감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보기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불법성 여부 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그렇게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투기 수준이 아니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수준의 재산 증식이 아닌가?
부동산 문제가 국민들을 괴롭히는 이슈가 아닌 나라에서라면
그들이 장관을 해도 상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평생 빚을 져가면서 겨우 집 한채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십 군데씩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어떻게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BBK 의혹을 받을 때 김종필 전 총재에게
"관계는 있었지만 법에 걸릴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과
이번에 사퇴한 장관들의 태도는 거의 같다고 봐도 될 것이다.
즉, 새롭게 권력을 획득한 주류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과 처세술이
문제의 바탕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한두 번 일어나고 말 성질이 아닌 것이다.
누구 말처럼...
노무현 시대를 통틀어 받았던 정치적 피로감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일주일만에 한꺼번에 받는 요즘이다.
※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가 좋은 글을 써주셨다. 강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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