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서출판 길벗'의 웹마케팅부에 있는 허두영입니다.

웹을 중심으로 한, IT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하다 출판사에 자리를 잡은지 딱 2년이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 문화, 처음으로 접해보는 콘텐츠 생산 업체에서의 마케팅 등 입사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반면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었습니다.

어떤 분야의 일이든 명암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명'이 '암'이 되고, 반대의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명암을 반대로 착각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게 되고, 그 속에서 현재 있는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이 아닐까요?
2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지만, 나름대로 고민하고 경험했던 것을 적어보려는 이유입니다. 잘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출판 웹 마케팅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출판사에서 웹 마케팅을 한다고?

최종 임원면접을 앞두고 제 책장을 훑어 봤습니다. 내가 길벗 책을 사 본 적이 있었던가?
굳이 책장을 확인 해봐야 했던 이유는, 책을 살 때 출판사 이름을 확인하거나, 출판사 사이트를 방문해 본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물론 입사지원을 할 때는 방문해 봤습니다만 ^^;)
다른 사람은 어떤지 궁금해서, 신규 입사자에게 부서 소개를 할 때면 질문을 던져 봅니다.
"입사와 관계없이 출판사 사이트를 평소에 방문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10명 중 2명도 채 안됐습니다. 출판사에 입사(!)한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가 그랬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웹 사이트 순위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있습니다. 일정 수의 패널들이 사이트를 방문한 기록을 토대로 추정하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현황은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랭키닷컴'에서 '출판' 카테고리를 확인한 결과입니다.(실제로는 출판 영역이지만, 이 분류에는 없는 곳도 있습니다.)


상위에 있는 출판사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학습지/참고서, 교과서, 수험서를 출판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 사이트들은 공통적으로 도서 관련 자료(부록 파일, 정오표 등), 동영상 등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구매자"가 방문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다른 출판사는 어떨까요? 대부분 도서 정보(온라인 서점에도 다 있습니다), 베스트 도서(출판사에서 임의로 정하는 것을 믿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벤트(온라인 서점 이벤트가 더 푸짐합니다) 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가자면, 아주 희한한 현상입니다만, 도서 정보는 출판사 보다 온라인 서점이 더 잘 되어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을 얘기하자면 출판사가 "독자" 그리고 "이용자"를 웹이라는 공간에서 많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측면으로 풀어보면, 사람들이 출판사 사이트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물론 출판사가 공식 사이트에서만 웹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따로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가 공식 사이트보다 트래픽이 많은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사이트를 기준으로 얘기합니다)

그렇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인들에게 출판사 명함을 건네면 거의 대부분 이렇게 물어봅니다.

"어라? 출판사에도 웹 마케팅 부서가 있어?"
"거기서 하는 일이 뭐냐?"

아마도 입장이 바뀌었으면 저도 똑같은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온라인 서점을 제외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출판사의 존재를 인지할 계기가 없었으니까요.


관점을 바꿔 봅시다!

사람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할 때, 필요한 정보나 택하는 방법은 다양해져 왔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 > 지인들의 소개 또는 추천 > 구매 후기 > 사전 체험 > 대중적인 입소문 > ???

예전에는 눈 앞에서 물건을 확인해야 했는데, 사람과 상품이 많아지면서 아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구매를 결정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 상점이 생기면서 이런 방법으로 일일이 구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집니다. "싸긴 싼데, 이 물건 괜찮은건가? 그런데 물어볼 사람이 없네." 이런 질문을 바로 '구매 후기'가 해결해 줬습니다.

이 단계의 특징은 바로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미 구매 의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지름신을 강림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구매 후기는 '' 물건을 사도록 만들기 위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었습니다. 같은 제품군 속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알바를 돌려서라도 구매 후기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책의 경우, 전체적으로 이 단계까지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포장을 하든 '서평'을 생산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이벤트를 벌이고 있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웹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실을 생각하면 일방적으로 돌을 던지거나 맞을 상황은 아닙니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구매 후기에 대해 점점 불신을 한다는 것입니다. 오픈 마켓에서 시작된 이 불신은 점점 확산되고 있고, 결국 서평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실제로 저희 책으로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은 다른 책을 살 때 서평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글을 종종 등록하십니다. 본인이 인위적 서평 작업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같은 제품군 내의 경쟁에만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출판 시장의 침체를 깨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사서 보도록 만들어야지요. 그렇다면 출판사끼리의 경쟁 말고도, 사람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책이 담고 있는 콘텐츠의 우수함을 자연스럽게 알도록 설득을 해야만 합니다. 바로 그 역할을 웹 마케팅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인터넷에서 관계를 맺고, 인터넷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답을 줘야 하는 것입니다.


다소 부정적인 내용으로 첫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출판의 미래에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 길로 가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기 위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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