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선을 보면 대학생 때 총학생회 선거를 치뤘던 기억이 난다. 빛나는 청춘의 시절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보내자며 열정을 불태웠던 선거였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아쉬웠던 것이 많았다. '선거'라는 절차가 결국에는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볼지, '결론'으로 볼지는 깊이있게 고민했어야 했다.
이기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진짜 이뤄야 할 것은 사실 다른데 있었다는 반성을 이제서야 하게 된 것이다.

총학생회 선거에서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과 학원 자주화의 당위를 설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홍보물도 발행하고, 그런 뜻을 유세장에서 공연으로 표현하기도 했으며,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학우들은 철저하게 객체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후보들의 정치적 지향만 달랐을 뿐, 이런 문제는 똑같이 안고 있었다. 결국 학우들은 이미지나 과, 단과대, 인맥을 기준으로 투표에 임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은 대부분 벽보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지 못한 원인을 제공한 한 사람으로서 아픔을 느낀다. 우리가 학교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절차'와 '내용'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람들과 함께 나눴다면, 그들이 졸업한 뒤 정치적 인간으로 보다 더 현명하게 판단하고 투표를 하는데 좋은 계기가 됐을거다.

대통령 선거가 눈 앞에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의 가치에 반대한다는 어쩔 수 없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명박 후보에 환호하는 현실을 보며, 총학생회 선거의 아쉬움이 가슴을 파고든다.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위장전입이나 취업, 의혹 투성이 재산형성 과정도 다 무시하고 그 사람에게 투표를 하겠다니... 자기 형제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피붙이로써 동정은 할망정 자신의 미래를 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일반의 상식 아닌가?

청년백수가 넘쳐나고, 누구 하나 살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는 현실 앞에 성공신화의 과정과 내용을 따지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야 100% 공감하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아... 우리가 왜 그렇게 총학생회 선거를 했단 말인가?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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