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이나 지하철에서는 꼭 그런 분들과 마주치게 된다.
떡이나 껌을 파는 할머니, 동냥을 바라는 장애인, 심지어 시주를 바라는 스님까지.

난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심난하다.
안먹더라도 떡 하나 정도는 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난 저분들보다 힘들지는 않지만, 볼 때마다 사드릴 수는 없는데...
장애인도 아니면서 동냥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차라리 떳떳하게 일을 하시는게 낫지 않을까?
등등등

그래서인지, 10번 중 9번 정도는 지나치거나 무시하게 된다.
너무 자주 겪다보니 심난하게 만드는 상황 자체가 싫어진게다.
참 나쁜 버릇 중 하나다.

아침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사가 있다.

1.
전북대학교 앞에는 42년째 떡을 팔고 계시는 분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분이 수많은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보기)

"그 할머니 밤 되면 외제차 타고 다닌대."
"사실은 익산에 빌딩 한 채 갖고 있다던데?"

기사를 보면 더 이상 그런 오해가 없겠지만,
어려운 삶을 두고 우리가 저렇게까지 나쁜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2.
삼성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양심선언이 있었다.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삼성의 비자금이 맞을 것이라고 믿을 것 같다.

그렇다면, '떡 할머니'에 대한 오해를 거뒀듯이 '삼성'에 대한 의심도 끝내야 하는 것일까?

아~ 심난하다.
다른 상황이라도 동일한 가치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도덕적 관념이 짓누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삼성'이 '떡 할머니'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돈을 벌어 온 과정이 다르고,
그 돈을 쓴 목적이 다르고,
이런 오해가 생겼을 때 우리가 느끼는 투명함은 너무나 다르다.

지난 IMF 시절, 노조가 문제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대기업 중 한 곳인 SK가
분식회계로 처리한 돈이 1년 간 한국 내 모든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보다 더 많지 않았던가?

이명박 후보는 아마 이런 정신상태를 두고 '반기업 정서'라고 부르는 것 같다.
'떡 할머니'에 대한 오해는 그렇게 쉽게 풀리면서
'대기업'이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니 그렇게 부를만도 하겠다.

하지만, 삼성이 '떡 할머니'처럼 진실하게 살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도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대기업 관련 부정부패, 담합 기사에 심난해지고 싶지 않단 말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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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영화에 나온 장면이 진실을 왜곡해서 자신들이 손가락질을 받게 했다나?

이미 국가적으로, 국민적으로 다 인정된 사실에 대해 '왜곡'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각하께서 돌아오셔야 한다'고 절규하는 사람들.
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질 자유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가지고 욕할 생각은 별로 없다.
아니, 솔직히 뭐라고 얘기하고 싶은 욕구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꼭 그렇게 쏟아야 할까 싶다.
그 사랑으로 이루려는게
'몇 사람 쯤은 죽어도 좋으니까, 각하의 왕림으로 좀만 더 잘 살아보자'라는 것이라면
너무 섬찟한 것 아닌가?
아하~ 내가 죽을 일은 없으니까 우리들의 사랑만 완성되면 된다는 생각들이신가?

앞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기 전에 꼭 이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혹시 전사모 회원은 아니시죠?"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인연으로 그들 중 누군가를 알게되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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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만큼 양면성을 띄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안주거리가 되고,
한 없이 욕을 해대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힘(?)이 필요할 때면
정치인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더 일상적이다.
이해관계를 전제로 하면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유독 정치에 대해서는 좀 심하다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게 정치인은 '비난'의 대상인 동시에,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구조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상황에서도
이중인격 같은 정신적 병리현상이 널리 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들의 정신적 면역력은 세계 일류 수준이지 싶다.

오늘 어떤 기사를 보면서 비슷한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과연 정치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오마이뉴스'에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경부운하 탐사 기사가 실렸다. (기사 보기)
나름대로는 큰 뜻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밝힌 나름의 견해를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아니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머리 속이 정말 궁금해진다.

"토목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이번 자전거 탐사를 통해 꼭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인했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지 않은가?
'토목'과 '환경'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경부운하라는 대형사업을 공약으로 내걸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 보니까 확신이 들었다?
자전거 일주 한 번만 더 하면 열십자(十)로 운하를 만들자는 얘기 할까봐 겁난다.

"지난번 수해 때 전국의 하천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천의 양 옆이 풀이 자라는 등 쓸모없거나 썩어가고 있어서 반드시 운하를 만들면 국운이 융성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웃음밖에 안나온다.
하천 양 옆의 풀을 보면서 "쓸모없거나 썪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왠만한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다.
허나 어쩌랴. 그게 이 나라 국가 지도자 중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 것을.

다시 그들의 뇌 구조가 궁금해진다.
나도 일상의 필요에 의해 몇 번쯤 정치권의 도움을 받고 싶은 유혹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확신만 든다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사진은 웃음이 더 필요한 분들을 위한 보너스! (출처: 오마이뉴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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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하게 되는 안하던 짓 중 하나가 내 인생 되돌아보기 같은 것이다.
오랜만에 식구들과 친척들을 보면서 좀 더 잘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돈을 잘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지만,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한 번쯤 고개를 들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바뀐 것이 없다.
어렵고 힘든 인생은 계속되고, 상처도 받고, 그래도 힘을 내보는 일상의 반복이 시작된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지만, 육체는 원하는만큼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도 그렇게 읽혔다.
40대의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이 '열정'이라는 화두를 다시 끌어안고 싶어 몸부림치는 모습.

해고 당한 백수,
해고 당하고 낮에는 퀵 서비스와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돈을 벌면서도 집에는 복직을 기다린다며 거짓말하는 가장,
결국 이혼 당하는 기러기 아빠.

우리 시대 '불행'이라는 코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 40대 가장들의 모습은
남의 삶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서서히 향해가고 있는 종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그 길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살기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내 인생의 즐거움 보다는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큰 차 하나쯤 마련하기 위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열정'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공고한 일상을 깨는 것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작은 결심이 아니라,
'이렇게 사니까 즐겁잖아'라는 영혼의 울림이다.

즐거운 인생?
그거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 기회는 주어지는 달콤한 유혹이다.
백화점에서 '돈'을 태우는 것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유혹이다.

'활화산'이 부르는 '터져버릴거야'라는 외침은
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라고 유혹하는 속삭임이더라.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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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과 4년 동안이나 특허분쟁을 벌인 서오텔레콤이 결국 권리를 인정받는 판결이 나왔다. (관련 기사)

서오텔레콤 사장의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가로채기'는 사실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 듣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가 가진 특허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모 이동통신 회사와 제휴를 추진했다. 그 회사는 우리 서비스를 보고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고,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같이 해보자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문제는 그 다음 미팅이었다. 갑자기 특허 실시권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정 서비스가 반드시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만 강화하려는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비슷한 경우는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각종 '아이디어/사업제안 공모전'에서도 볼 수 있다. 일부 다른 조건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공모전이 응모하는 순간 제출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약관에 동의를 해야 한다. 입상을 하지 않는 것까지 자신들이 권리를 갖는 것이다. 입상한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별로 없다. 제출자가 제안 내용을 독자적으로 사업화를 할려면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회사가 사업화 할 때는 제출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아주 불리한 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강요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기업 관계에도 힘의 세기와 관계 없이 최소한의 평등함은 유지되어야 한다. 힘의 역학관계를 이용하는 것이 당장은 '힘 센'측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에 전체 비즈니스 환경이 왜곡되고, 그 피해는 다시 '힘 센'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힘 없는' 중소기업의 제안서를 책상 가득 쌓아 놓고 '주인' 행세를 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모습을 이제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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